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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여러분이 무슨 수를 써서라도, 여행을 하고 빈둥거리기도 하고 세계의 미래와 과거를 사색하고 책을 보고 몽상에 잠기며 길모퉁이를 어슬렁거리고 상념의 낚시줄을 강물에 깊이 드리울 수 있기에 충분한 돈을 스스로 소유하게 되기를 바랍니다. by 버지니아 울프 카테고리
최근 등록된 덧글
고맙습니다, 제가요.
by dolkong at 05/19 친구야, 반갑다. 잘 살.. by dolkong at 11/25 네, 저도 좀더 오래 구.. by dolkong at 11/01 아뇨, 하룻밤 묵었어요... by dolkong at 11/01 터키,스럽습니다. 가보.. by 몬스터이모 at 10/31 |
베스트셀러에 대한 선입견에 발등을 찍힐 때도 있다. 한참 전이지만 인디언에 관한 책들을 찾아 읽기도 했는데, 얼마 전 책을 펴기 전까지는 이게 인디언의 책인지도 몰랐다. 첫쇄가 나온지 10년, 4판 18쇄인데... 광화문을 오며가며 포스터를 본 지는 좀 됐다. 당장 보고 싶게 만드는 포스터는 아녔다. 씨네큐브에서 보려고 했던 다른 영화가 막을 내리는 바람에 건너편 미로스페이스에 걸린 이걸 보게 된 거다. '원스'처럼 작은 영화라 하고, 나름 예술영화관에 걸렸으니 기본은 하겠지....하고.'기본'이라니! 세상에, 그 이상, 훨씬 이상인걸. 시쳇말로 쿨하다. 쿨하기만 하냐 하면, 따뜻하기도 하다. 귀엽고 기특하고 아름답고 멋진 영화다. 무엇보다 탁월하게 매력적인 캐릭터... 이 주인공처럼 자기가 원하는 것을 정확히 알고, 그걸 향해 흔들림 없이 밀고나갈 수 있는 열다섯, 아니 스물다섯, 또는 서른다섯이라도 얼마나 될지 의문이지만, 이 영화를 보고 캐릭터가 비현실적이라고 시니컬할 관객이 있을지도 의문이다. 소재이긴 해도, 청소년의 탈선이나 성문제를 다룬 영화는 아니다. 그보다는 '성숙'에 대해, '삶은 선택'이라는 걸 영리하게 알려 주는 성장담라는 게 좋겠다. 우리가 어떻게 삶을 대해야 하는지, 전혀 바람직하지 않은 상황 속의 바람직한 캐릭터를 통해 보여 주고 싶었던 것일게다. 주노는 겨우 열다섯, 하지만 자신이 좋아하는 것과 싫어하는 것, 하고 싶은 것과 하고 싶지 않은 것을 정확히 아는 성숙한 아이다. 첫경험할 상대를 선택해 일을 치르고, 그 결과로 날벼락같이 들어서버린 아이를 낳기로 결정하고, 아기를 자기가 고른 양부모에게 주기로 맘먹을 만큼 주도적이다. 상황을 핑계로 타협하거나 예기치 못한 결과에 징징대지도 않는다. 반면 장차 주노 아기의 아버지가 되기로 한 양부, 세상뿐만 아니라 주노의 눈에도 매력적일 만큼 성공적이고 윤기 나는 삶을 살지만, 현재의 삶이 자신이 진정으로 원한 게 아니었다는 걸 깨닫고 결국 뒤늦게 돌아가는 미숙한 어른이다. 그렇다고 둘을 대척점에 두고 비교하는 건 아니다. 답을 찾는 방식과 과정은 사람마다 다르지만, 답을 찾을 때 가장 중요한 것이 무엇인지를 보여 주는 방식이다. 배불뚝이 몸을 하고 학교에 다니면서도 남의 눈을 신경쓰지 않는 당찬 주노이지만, 그녀에게도 사랑을 찾는 일은 힘들다. 어쩌면 가장 힘들다. 남들의 시선이 아니라 자신의 마음을 제대로 의식하는 것이 더 어려워서다. 하지만 주노는 이러저러한 좌절과 실망, 분노와 역경을 통과해 결국에 가장 중요한 것이 무엇인지 깨닫는다. 그리고 용감하게 그 답을 찾아간다. 주노가 그리 기특하고 예뻐 보이는 건, 우리가 대부분 어른의 몸을 한 미성년이라서, 주노처럼 성숙하기를 바라서이기 때문이 아닐까? 한국적인 현실과 비교할 때(그렇다고 미국이나 캐나다의 일반적인 현실도 아니겠지만), 아이의 인격과 결정을 존중해 주는 주노의 부모님 또한 주노만큼이나 비현실적으로 보였다. 그래서 자녀가 청소년인 부모님들에게 같이 와서 보라 권하고 싶었다. 마지막에 주노가 남자 친구와 함께 기타를 치며 노래하는 엔딩이 맑고 애틋하다. 기교없이 정직하게 부르는 그 노래처럼 앞으로 주노의 삶은 건강하고 성숙할 거라는 믿음이 들게 하는 아름다운 엔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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