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점심 시간을 이용해 조문을 다녀왔다. 대한문 앞으로 가고 싶었지만, 전날 사람이 너무 많아서 그냥 돌아왔던 터라 가까운 역사박물관으로. 어차피 마음이 중요한 거니까...
그런데 역시 대한문으로 갔어야 했던 걸까? 갔다오니 더 울적해지는 마음.
로비 계단 옆 한구석 빈소는 시민들이 길거리에 마련한 것보다 초라해 보이고, 비좁아 그런 건지 마음이 모자라 그런 건지 절도 못하게 일동 묵념으로 통일하는데, 거기로 나를 이끈 애도와 슬픔, 죄스러움을 제치고 울분이 치밀어 올랐다. 그리고 방명록에 어떤 분이 써 놓은 "제발 저희를 지켜 주세요." 너무 절절해서 왈칵 눈물이 났다.
저녁에 대한문 갔더니 추모객이 정동길 쪽으로는 예원여고 정문까지 뻗쳐 있고, 시청쪽으로는 여전히 지하철역 안까지 늘어서 있다. 벽에는 읽다 보면 눈물을 쏟게 하는 온갖 글귀가 빼곡한데, 그 옆으로 겹겹히 늘어선 전경차와 전경들. 와중에 태국 살다 잠깐 들어온 친구는 놀란 눈으로 이런 건 왜 방송에 안 나오냐고 내게 묻고...
속이 상하다. 우리는 어쩌자고 이렇게 존경하고 사랑하는 분 하나 못 지키는 바보 같은 국민인 것인가. 언론에서 떠들어대는 걸 곧이곧대로 믿으면서 속으로 원망하고 체념하고 이러다가, 이제와서 눈물밖에 흘리지 못하는 못난 국민인 것인가. 왜 맨날 들고일어날 줄만 알았지 결국엔 대안 없이 주저앉고 마는 바보들인가.
눈물을 흘리면서, 진심으로, 누구도 아닌 내 탓이라는 걸 깨닫는다. 무슨 일 나면 흥분해서 광장 한 번 나간 걸로 위안 삼고, 그러다 지치면 자초한 일이니 달게 받을 수밖에 자조하다가, 다시 일상에 고개 쳐박고 정신없이 살던 다른 사람 아닌 나. 민주주의는 묘목과 같아서 끊임없이 가꾸고 물 주어야 사는 건데, 겨우 투표한 것으로, 겨우 촛불 한 번 든 것으로, 겨우 조선일보 안 보는 것으로, 나는 됐다고 생각했던 내 자신이 가장 문제란걸.
방명록에 이렇게 적었다.
"앞으로는 정치 혐오하지 않겠습니다. 관심을 갖겠습니다."